2025년 겨울, 내가 들은 곡

안녕하세요 윤석찬입니다.
새해 인사로는 꽤 늦었습니다만 2025년, 모두 대단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2026년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한국식 나이로 25세를 지나, 26세가 되어 완벽한 20대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점점 커져가는 책임감과, AI의 등장으로 인한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그건 그거고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제가 들었던 곡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올해 Youtube Music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 95선을 Spotify로 임포트해놓았으니, Spotify 임베드부터 추가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카네코 아야노'의 노래들
작년부터 카네코 아야노의 노래를 유난히 많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다른 음악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노래가 재생 목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車窓より」, 「タオルケットは穏やかな」, 「さびしくない」, 「気分」, 「わたしたちへ」 등. 돌이켜보면 카네코 아야노가 2019년에 발표한 앨범 燦々과, 2023년에 발표한 タオルケットは穏やかな의 수록곡들을 특히 인상깊게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 앨범들은 각각 그녀가 스물다섯, 그리고 서른이 되었을 무렵의 작품들인데, 그 시기의 경험과 감정이 카네코아야노에게는 어떤 시간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무엇이 그녀를 지금의 이런 음악가로 이끌었을까요.
이런 글을 쓰다 보면 늘 비슷한 말을 반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목소리가 좋다거나, 가사가 섬세하다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럼에도 이전 글의 표현을 그대로 차용하고자 합니다. 그녀의 노래는 듣는 사람을 설득하려 들지 않으면서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듣다보면 스스로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그 인상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초콜릿, 편지, 재개발 공사 현장, 신칸센 차창 같은 것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소재들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일본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실제로 보았거나 지나쳐 왔을 법한 장면들입니다. 그래서일지, 노래를 듣다 보면 이해한다기보다는 '기억난다'는 감각에 가까워집니다.
이와 더불어, 가사와 가사 사이에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장면은 비교적 또렷한데, 그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듣는 사람은 그 빈틈을 스스로 채우게 됩니다. 어떤 상황이었을지, 어떤 감정이었을지. 그 상상을 허락해주는 여백 덕분에, 노래는 들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노래를 듣는 시간은 대체로 조용합니다. 집중해서 듣는다기보다는, 창밖을 바라보거나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문득 가사가 귀에 걸리는 식입니다. 그렇게 흘러가듯 듣고 나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정리된 기분이 남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저는 작년 내내, 그리고 지금도, 계속 이 노래들을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5년 4월, RubyKaigi라는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3박 4일간 마쓰야마에 머물면서 카네코아야노의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유독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미 벚꽃이 흩날리고 난 뒤 4월의 따뜻했던 봄날의 저녁, 술에 조금 취한 채 별다른 목적도 없이 걷던 그 길,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던 카네코 아야노의 「車窓より」가 지금도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드디어 카네코 아야노를 제 눈으로 보고왔습니다! 무도관은 일본의 최대급 무도 대회 경기장으로, 한국으로 치면 장충체육관과 비슷합니다. 일본인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무도관에서 펼쳐진 카네코아야노 밴드의 역사적인 두번째 원맨쇼에 다녀왔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무라카미 나기사'의 노래들
카네코 아야노가 아니었다면, 제가 올해 가장 많이 즐겨들은 곡은 무라카미 나기사의 것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앨범 理由はない에 수록된 「理由はない」(이유는 없어)와 「裏庭」(뒷정원)는 2025년 2월, 일본에서 2주간 머무르던 여행 중에 우연히 처음 듣게 된 곡들입니다. 시부야에 있는 타워 레코즈 시부야에서 진열된 여러 앨범 중 하나였는데, 무심코 재생한 순간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여행 내내 이 앨범의 곡들을 반복해서 들으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들을 다시 들을 때면, 그때 들이마셨던 2월 시부야의 시원한 밤공기가 아직도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그때 제가 만났던 사람들은 안녕히 잘 지내나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Kelly Clarkson, Underneath the Tree
저는 기념일을 챙기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어느샌가부터 1년에 한번 오는 기념일이, 다른 날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월 1일 새해 카운트 다운마저 집으로 가는 막차 지하철 안에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의 크리스마스는 특별하게 한달전부터 준비해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캐롤도 꽤 들었는데, 연말연초 느낌이 물씬 나던 서울의 풍경이 떠오르면서 이번 겨울 많이 듣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기념일을 기념일로서 보내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여느 날과 똑같은 날인 것처럼 보여도 특별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외
이번 겨울에는 인상깊게 즐겨들은 노래가 더이상 없네요. 하하
특히 한파가 지속되는 겨울에는, 산책을 하지 못하니 기억에 남는 노래도 다른 계절보다는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럼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면서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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