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내가 들은 곡

이 글을 쓰는 2026년 4월 어느 날의 오후, 벌써 봄 기운이 가신건지 이제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콧속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너무나 긴 겨울을 보냈고, 이젠 그만큼 길어진 여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각 계절은 각 계절 별로 쌓을 수 있는 추억이 있는거니까요, 이번 여름엔 어떤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Masayoshi Takanaka, All of Me
타카나카 마사요시의 1979년 작, All Of Me 컴필레이션 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21-22살 즈음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접했는데, 동영상 썸네일에 있는 타카나카 마사요시의 모습이 너무 자유로워보였고, 히피스러운 모습이 마음에 쏙 들어 듣게 된 노래입니다. 이 앨범은 여름에 듣기 좋은 시티팝, 재즈 퓨전 느낌의 작품으로, 앨범 커버도 여름 이미지에 맞게 제작되어 날이 더워지면 꼭 듣게 되는 앨범들입니다. 가사도 적어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인스트러멘탈스러운 곡이기도 하고, 분위기도 신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들으면서 걷기 좋았습니다.
최근에 이 앨범이 알고리즘에 타며 세계적인 유명세가 생겼고, 덕분에 타카나카 옹은 올해 봄 월드투어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도 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한국엔 오실 것 같지는 않아서 아쉽습니다. 타카나카 옹의 공연을 보러 일본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250, 휘날레
뉴진스 <Hype Boy> 등을 제작한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250(이오공)의 <휘날레>입니다. 특히 이 곡이 들어있는 앨범 [뽕]은 한국대중음악상을 휩쓸기도 할 정도로 예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받기도 해서, 예술적인 허영심에 자주 듣는 노래입니다. 특히 이 곡은 사이키델릭스러운 분위기가 봄 햇살과, 얼핏 서려있는 세기말 노스텔지아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려 매년 4-5월 듣곤 합니다.
특히 이 곡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함께 눈이 부신
5월의 숲길을 걷고 있었지
함께 가자 약속했던
사려니 숲
둘리 성우 분께서 부르지는 이 부분을 들으면서 햇볕을 쬐면, 형용할 수 없는 노스텔지아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Kaneko Ayano, Dekirudake (できるだけ)
카네코 아야노가 2026년 3월 31일 공개한 싱글앨범 「できるだけ / 友達がいる (가능한 한 / 친구가 있어)」 에 수록된 곡입니다. 그동안 카네코 아야노가 발매한 앨범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통통튀는 음계 위 전개되는 잔잔한 음악으로, 새로운 느낌이라 더 듣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인디 아티스트이 그들의 첫 작업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작업물을 내곤합니다. 인디 아티스트라면 언젠가 한번쯤 자아복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네코 아야노는 기존 작업물에서 조금씩 변형하는 신선한 시도를 계속 이어나가면서 꾸준한 작업물을 내는데 부지런한 것 같습니다.
Due Spritz, Per favore
제가 디깅한 곡은 아니고, 여자친구가 추천해준 곡입니다. 제 걸음 속도와 박자가 비슷하게 맞아서, 걸을 때 스스로 한층 힙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들은 노래입니다.
Sonoko Inoue, 三、四分のうた
이번 봄에는 井上園子(이노우에 소노코)의 노래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내한 공연까지 하기도 한, 한국의 일본 인디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카네코 아야노나 무라카미 나기사의 작곡 스타일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그냥 툭툭 말하는 듯 노래하는 모습은 보수동쿨러의 '0308'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목소리에 힘이 실린 느낌은 카네코아야노와도 비슷해보입니다.
이 곡 외에도 「カウボウイの口癖」 라는 곡도 좋게 들었습니다.
羅針盤, せいか
羅針盤(らしんばん, 나침반, Rashinban)은 1988년 결성되어 2005년 해산된 간사이(오사카) 기반으로 활동했던 일본 포크 록 밴드로, 사이키델릭스러운 연주가 특징인 밴드입니다. 싱어송라이터 '신해경'의 「그대는 총천연색」, 「크로커스」 라는 곡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인 멜로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자꾸 듣게되었습니다.
So!YoON!, Wings
밴드 새소년의 프론트맨 황소윤이 태국 방콕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Phum Viphurit과 함께 만든 곡 Wings 입니다. 2020년 대학교에 입학하고 코로나로 밖에 쉽게 나가지 못했던 그 시절에 많이 들었는데, 최근에 다시 유튜브 뮤직 '잊고있었던 내 최애곡'에 떠서 듣게 되었습니다. 그냥 황소윤(그리고 새소년)의 얼터너티브 락은 직관적으로 빡! 좋은 곡이라 더 말할 것도 없네요. 유난히 뉘엿뉘엿 떨어져가는 햇살을 많이 쬈던 이번 봄과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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